2화. 얼어붙은 도시, 무너진 왕국
2026. 7. 15. · 👁 8
크라켄포트는 이름만큼은 거대했다. 성벽이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져 있고, 화강암으로 쌓은 성문은 다섯 성인이 나란히 서야 들어갈 만큼 높았다. 20년 전만 해도, 이 문 앞에는 상인, 여행자, 각지에서 온 사신들로 늘 붐볐다고 모이라가 말했다. 카엘이 그 문 앞에 섰을 때, 문은 굳어 있었다. 얼음. 얼음이 문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음 위에 —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놓은 글씨. "겨울의 왕 폐하 만세." 카엘은 그 글씨를 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모이라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들어가자." 문이 열렸다. 안에서 — 차가운 바람, 그리고 무언가의 냄새. 카엘은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무쇠? 아니, 고기. 익는 고기. 아니, 그게 아니었다. 무언가 익숙한, 그러나 오랜만인 냄새. 사람.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인, 사람의 냄새. 도시가 보였다. 크라켄포트의 광장은 거대했다. 20년 전에는 — 모이라가 말했듯이 — 매주 시장이 서고, 음악이 울리고, 아이들이 뛰어놀았다. 지금은 — 광장 한가운데에 분수대가 있었는데, 분수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분수의 가장자리에는 얼음이 두껍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 얼음 위에, 사람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 분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줄 끝에는 — 군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고, 큰 솥에서 무언가를 퍼내고 있었다. 묽은 죽. 그래도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전부였다. 줄 앞에, 아이가 있었다. 열두어 살쯤. 너무 마른 아이. 아이의 눈이 — 카엘은 한순간 숨이 멎었다 — 아이의 눈이 20년 전, 그러니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멈춰 있는 눈이었다. 아이는 줄을 기다리는 것도 익숙한 표정이었다. 한 번도 기다리지 않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저 애는요." 카엘이 모이라에게 물었다. "몇 살이에요." 모이라가 대답했다. "스물셋. 마를코보다 한 살 위." 카엘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스물셋. 자기와 비슷한 나이. 그런데 — 줄에 서서 묽은 죽을 받고 있는 아이는, 열두어 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11년 동안. 11년 동안 같은 키, 같은 얼굴. 11년 동안 같은 줄에서 같은 죽을. "어떻게 —" "영원한 겨울." 모이라의 목소리가 낮았다. "영원한 겨울은 시간을 멈추는 게 아니야. 시간을 삼키는 거다. 백성의 시간. 아이가 자라야 할 시간. 노인이 죽어야 할 시간. 그 시간을 다 빼앗아서, 왕좌의 마법을 유지하는 데 쓴다." 카엘은 광장을 보았다. 광장의 가장자리 — 시계탑이 있었다. 시계탑의 시계는 — 20년 전, 정확히 같은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2시 47분. 20년 동안 같은 시각. "왜 아무도 시계를 고치지 않죠." "왜냐면." 모이라가 말했다. "시계가 멈춘 줄도 모르거든. 20년 동안, 이 도시의 사람들은 같은 하루를 살고 있어. 매일이 어제와 같고, 매일이 내일과 같아. 시계가 움직이든 멈추든, 그들에게는 같은 하루니까." 카엘은 시계탑을 보았다. 그리고 광장의 다른 쪽을 보았다. 벽에 붙은 포스터. "겨울의 왕 폐하 만세. 영원한 겨울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그리고 그 포스터 옆에, 또 다른 포스터. "징집령. 16세 이상 50세 이하 남자는 모두 왕립 빙결 군단에 입대할 것." 그리고 그 포스터 옆에는, 또 — "반역자는 얼어붙는다. 충신은 영원하다." 카엘은 그 포스터를 보며, 처음으로 — 화가 났다. 아니, 화가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 자기 안에,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마법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가 — 일어섰다. 이것이 — 자기 가문이 지키지 못한 왕국이었다. 줄의 끝으로 갔다. 분배를 하는 군복의 남자가 카엘을 보았다. "뭐야, 이름. 그리고 어디서 왔는데." "카엘이에요. 북쪽 산에서 왔어요." "신분증." "없어요." 군복의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카엘을 보았다. "신분증 없으면 죽은 사람. 죽은 사람은 줄 못 섬."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11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 아이의 얼굴. 그리고 그 아이 옆에, 한 할머니가 서 있었다. 할머니의 머리는 — 완전히 하얗게 세어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은 — 늙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손은 — 매 순간 떨리고 있었다. 마치 마지막 한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람처럼. 할머니가 아이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 애가 왜 자라지 않을까. 23년 전부터. 외할머니가 돼버렸네, 나는." 카엘의 눈이 — 뜨거워졌다. 뜨거워진 적 없던 눈이. 산골짜기에서 나무를 할 때는, 아무도 자라지 않아도 그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23년을 살아온 할머니가 자기 손자의 머리를 쓸어 넘기는 것을 보았을 때 — 카엘은 알았다. 이것이 영원한 겨울이라는 것을. 이것이 자기 가문이 지켜야 했던, 그러나 지키지 못한 왕국이라는 것을. 군복의 남자가 다시 말했다. "어서, 이름. 아니면 줄 끝으로 가." 카엘이 — 대답하려 할 때, 옆에서 한 사람이 말했다. "그만." 낮고, 차분한 목소리. 군복의 남자가 돌아봤다. 그리고 — 하얗게 질렸다. "경 — 경." 붉은 망토. 검은 갑옷. 얼굴에는 — 많지 않은, 그러나 깊은 상처들. 눈에는 20년의 세월이 — 아니, 20년의 멈춰버린 세월이 — 응축되어 있는 사람.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 사람." 붉은 망토의 남자가 군복을 향해 말했다. "내 손님이다. 제 할 일이 있으니까, 그쪽 할 일이나 하게." 군복이 어색하게 끄덕이며 사라졌다. 붉은 망토의 남자가 카엘을 보았다. 그리고 — 카엘의 눈을 보았다. 한참 동안, 카엘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하게 물었다. "당신은 — 엘카린 가의 눈을 가지고 계시군요." 카엘은 한 발짝 물러섰다. 모이라가 옆에서 손을 뻗어 카엘의 등을 잡았다. "당신이 —" "엘드리히." 남자가 말했다. "서리 왕국 전 왕립 근위 기사, 엘카린 왕가 직속. 그리고 — 20년간, 이 도시에서 마지막 왕가의 흔적을 지키고 있던 자." 남자가 —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망토가 얼음 위에 퍼졌다. "왕자님." 카엘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왕자 — 아니, 저는 —" "당신은 카엘 엘카린." 엘드리히가 말했다. "20년 전 학살된 왕가의 마지막 후예다. 당신의 아버지는 — 내가 마지막까지 모셨던 왕이시다. 그리고 — 나는 당신이 살아 있을 줄 알았다. 20년 동안, 매일을 — 기다렸다." 카엘은 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 무릎을 꿇었다. 왕자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일어서세요." 카엘이 말했다. "저는 — 왕자가 아닙니다. 아직은." 엘드리히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은 — 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카엘이 말했다. "아직은." 엘드리히가 일어섰다. 그리고 — 처음으로, 20년 만에, 웃었다. "그 말, 들으니 — 아버님 생각이 나네요. 그분도 그런 말 자주 하셨어. '아직은'이라고. 14대 왕이시라, 항상 겸손하셨죠." 그날 밤, 카엘은 엘드리히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빵과 물과 약간의 말린 고기. 영원한 겨울의 도시에서는, 이 정도도 사치였다. "조상의 검." 카엘이 물었다. "어디에 있어요." 엘드리히가 — 대답했다. "서리 왕궁. 왕국의 가장 깊은 곳. 20년 전, 왕가 학살이 일어난 바로 그 자리. 그리고 그 검은 — 왕족의 피가 깨어나지 않는 한, 절대 뽑을 수 없어." "제가 깨어나면 — 뽑을 수 있다는 거예요?" 엘드리히가 카엘의 손을 보았다. "이미 깨어나셨습니다, 왕자님. 당신이 — 성장한 것 자체가, 마법이 풀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당신의 성장만큼, 검도 — 깨어나고 있어요." 카엘은 손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 처음으로, 손이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엘드리히가 말했다. "왕궁에 가기 전에,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화산 왕국의 공주. 예린. 그녀의 아버지도 — 겨울의 왕에게 죽었어요. 그녀는 자기 아버지를 위해 칼을 들었습니다. 우리와 — 같은 적이에요." "남쪽이에요?" "네. 남쪽에 — 봄이 있어요. 화산 왕국은 영원한 겨울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거기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 봄을 보실 거예요." 카엘은 — 시계를 보았다. 멈춰 있는 시계. 2시 47분. 20년 동안 같은 시각. "이 시계 —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요?" 엘드리히가 — 대답했다. "영원한 겨울이 풀리면 — 움직이게 되실 거예요. 영원한 겨울을 풀 수만 있다면." 카엘은 일어섰다. "남쪽으로 가요. 예린 공주를 만나러." 엘드리히가 끄덕였다. 모이라가 —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래. 남쪽으로 가자. 봄이 —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날 밤, 크라켄포트를 나설 때, 카엘은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시계탑의 시계는 여전히 2시 47분이었다. 그러나 — 그 옆에, 작은 시계 하나가 더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계. 그 시계의 초침이 — 1초, 움직였다. 아무도 보지 못한 채로. "내일." 카엘이 말했다. "내일 — 움직이기 시작할 거예요." 남쪽으로 — 봄을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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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2026. 7.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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