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piad
🐉 서리 왕국의 계승자 · snow

3화. 남쪽의 불꽃

2026. 7. 15. ·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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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주가 지났다. 산에서 내려온 카엘과 모이라는, 매일 남쪽으로 걸었다. 크라켄포트를 나선 첫날, 바람이 여전히 매서웠다. 둘째 날도. 셋째 날도. 하지만 넷째 날 아침, 카엘은 — 깜짝 놀랐다. 바람이 덜 차가웠다. 조금. 사람들이 보통 느끼지 못할 정도. 하지만 20년 동안 추위만 알던 카엘의 몸은, 그 작은 변화를 알아챘다. 일주일이 지나자, 눈이 녹기 시작했다. 산길이 진흙이 되었고, 강물의 표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흘이 지나자, 풀들이 — 고개를 들었다. 마른 풀 사이에, 초록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름이 지나자, 카엘은 나비 한 마리를 보았다. 노란 나비. 그 나비가 — 어떤 꽃 위에 앉았다. 그 꽃은 — 카엘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이었다. 보라색. 아니, 분홍색. 아니, 정확히 말하면 둘 다였다. *여기가 — 봄이구나.* 카엘은 나비를 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모이라가 옆에서 미소 지었다. "봄이야. 20년 만이야." 카엘은 — 울었다. 왜 우는지 본인도 몰랐다. 그냥 — 이런 게 있었다는 게. 나비도, 꽃도, 풀도. 산골짜기에는 없었어. 영원한 겨울의 도시에도 없었어. 그런데 여기 — 아주 가까이,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 있었다. 스무 번째 날, 화산 왕국의 변경 도시 테라몬트에 도착했다. 테라몬트는 — 카엘이 본 어떤 도시와도 달랐다. 길이 돌로 포장되어 있고, 그 위에 사람, 마차, 말이 — 왔다 갔다 했다. 가게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가게 안에서는 음식의 냄새, 꽃의 냄새, 무언가 타는 냄새가 섞여서 퍼졌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 표정이 있었다. 웃는 얼굴, 화난 얼굴, 졸린 얼굴. 20년 동안 본 적 없는 — 살아 있는 얼굴.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진짜로 자라는* 아이들. 카엘은 한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 분명 어제보다 조금 더 컸다.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카엘은 한참을 서서 그 소녀를 보았다. 눈이 또 — 뜨거워졌다. "왜 울어요, 아저씨?" 소녀가 카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카엘은 대답했다. "아니, 안 울어. — 근데 너, 몇 살이야?" "여덟이에요. 내년에 아홉이 될 거에요." *내년에 아홉이 된다.* 카엘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따뜻해졌다. 동시에. "예쁜 나이네." "네!" 소녀가 웃으며 뛰어갔다. 카엘은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여덟. 내년에 아홉. — 아이가 자라는 건, 이렇게 당연한 건 거야.* 23년 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던 무언가가, 이제는 당연한 것이었다. "왕궁은 어딨어요?" 카엘이 모이라에게 물었다. "남쪽으로 한 시간. 아스테라 성. 예린 공주가 거기 있어." 한 시간. 한 시간을 가는 동안, 카엘은 — 또 울었다. 이번에는 모이라가 차를 건네며 "울면서 마셔" 하고 조용히 말했다. --- 아스테라 성의 뜰. 오후. 카엘은 왕궁의 정문에서 안내를 받았다. 모이라는 잠시 밖에 남았고, 카엘 혼자 안으로 들어섰다. 뜰이 보였다. 화산 왕국의 뜰은 — 푸르렀다. 화산이라고 해서 모두 재와 용암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왕궁의 뜰은 정원이고, 그 정원은 — 온갖 꽃으로 가득했다. 분홍, 노랑, 보라, 빨강. 카엘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들의 향연. 뜰 한가운데에서, 누군가 칼을 들고 있었다. 카엘은 멈추었다. 그 사람은 — 여자였다. 한창이었지만, 칼을 다루는 모습은 — 카엘이 본 어떤 기사보다 정확했다. 발놀림, 손놀림, 칼끝의 궤적.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춤은 —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었다. 죽일 수 있는 춤이었다. 누구를 죽일 수 있다는 것보다, "죽일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게 더 느껴졌다. 칼이 — 정원의 한 나무를 향해 휘둘러졌다. 칼끝이 가지에 닿기 직전, 칼이 멈추었다. 정밀하게. 가지의 잎 한 개도 떨어지지 않는 — 칼날. 여자가 칼을 내리고, 카엘을 돌아봤다. "누구세요." 낮고, 또렷한 목소리.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아 있었고, 눈은 — 차가운 눈이 아니었다. 차갑기만 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보고 있는 눈. 무언가를 — "기다리고 있는" 눈. "카엘이에요. 북쪽에서 왔어요." "북쪽." 여자가 — 미간을 좁혔다. "서리 왕국 쪽?" "네." "거긴 — 영원한 겨울이잖아요. 거기서 사람이 — 살아남을 수 있어요?" "살아남았어요. 23년 동안." 여자가 — 한 발짝 다가왔다. 그리고 카엘의 얼굴을 보았다. 한참을. "뭘 보시는 —" "당신 눈." 여자가 말했다. "차가운 눈이야. 그런데 — 서리 왕국의 눈이 아니야. 엘카린 — 아니, 그건 아닐 거야. — 아니야, 분명 —"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 신경 쓰지 마요. 팔촌이에요. 아스테라 가문이 — 옛날에 엘카린 가문이랑 혼인 관계였거든. 그래서 가끔 헛것을 보기도 해요. — 당신, 용건이 뭐예요?" 카엘은 숨을 들이쉬었다. "당신 아버님 — 화산 왕국의 왕 — 20년 전에 — 어디 가셨죠?" 여자의 — 얼굴이 변했다. 미간이 좁아지고, 눈이 가늘어지고, 입술이 — 단단하게 닫혔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왜 그걸 물어요." "당신 아버님이 — 서리 왕국에서 돌아가시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 당신 아버님을 — 죽인 사람이, 저의 가족도 죽인 사람이거든요." 여자가 —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칼이 — 카엘을 향해 있었다. 칼끝이 — 카엘의 목 바로 앞. 하지만 닿지 않았다. "이름을 말해요." 여자가 말했다. "지금." "카엘 — 엘카린." 여자의 칼이 — 멈추었다. 한참 동안, 칼이 카엘의 목 앞에 멈춰 있었다. 그리고 — 여자가 칼을 내렸다. "엘카린 가의 — 마지막 후예다. — 라는 거예요?" "네." "증명해 봐요." 카엘은 —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위로 — 푸른 얼음 자국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1화 마지막에 본, 푸른 빛. 여자가 — 한 발짝 다가왔다. 그리고 카엘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손이 차가웠다. 그러나 동시에 — 따뜻했다. 추위 속의 안도. 1화에서 카엘이 검에서 느꼈던 그것. "엘카린의 — 얼음의 축복." 여자가 — 조용히 말했다. "정말이네요." 여자가 칼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 카엘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예린 아스테라. 화산 왕국의 — 마지막 공주. 그리고 — 당신의 적을 공유하는 자." 카엘이 — 깜짝 놀랐다. "지금 — 저한테?" "당신 아버님을, 저의 아버지도 — 잃었어요. 같은 적. 같은 겨울. — 같은 분노." 예린이 일어서며 말했다. "서리 왕국으로 가요. 함께. — 저는 — 평생 그 칼을 들고 있었어요. 누구를 죽일지 몰랐던 채로. 이제 — 알겠어요." 카엘은 한참을 서 있다가, 말했다. "저도 — 평생 나무꾼으로 살았어요. 1주일 전에 — 왕자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 아직은 왕자가 아니에요. — 하지만." "하지만?" "당신이랑 — 함께 가고 싶어요." 예린이 — 한 번, 미소 지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 이 자리에 — 미소가 있었다. "내일 새벽." 예린이 말했다. "왕궁 정문. — 거기서 봐요." 카엘은 — 끄덕였다. 그리고 — 처음으로, 23년 만에 처음으로, *봄*을 등 뒤로 두고 — 다시 북쪽을 향했다. 남쪽의 불꽃이 — 북쪽의 추위를 향해. ---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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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ow 2026. 7. 1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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