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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16화. 최윤아의 그림자

2026. 7. 16. ·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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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국 본부, 최윤아 실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홀로 오래된 서버 로그에 접속해 있었다. 오리온-X 프로젝트 관련 자료들—공식적으로는 이미 폐기됐어야 할 문서들이, 그녀의 개인 백업 저장소 깊숙한 곳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중 일부를 골라 삭제 명령을 내리려다, 손을 멈췄다. 화면에는 젊은 시절의 자신이 서명한 프로젝트 승인 문서가 떠 있었다. 그 아래, 함께 서명한 이름들—지금은 우주국 고위직에 있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걸 지운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때, 그녀의 단말기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익명 처리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명확했다. "길잡이호, 소행성대 좌표 구조물에 도킹 확인. 신호 발신원 접촉 성공으로 추정. 후속 조치 필요." 최윤아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곧바로 별도의 팀에 지시를 내렸다. "수색대를 그 좌표로 급파해요. 공식적으로는 구조 임무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나오든, 지구로 들어오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세 사람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부하 직원이 물었다. 최윤아는 잠시 창밖—본부 건물 너머로 보이는 흐린 서울 하늘을 바라보았다. "설득해야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11년 전, 그녀 역시 이 사건의 은폐에 관여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죄책감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부하 직원이 나간 뒤, 최윤아는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젊은 시절, 정지훈과 함께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한참을 그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시 서랍 속에 넣었다. 한편, 얼어붙은 관측기지 안. 세 사람은 정지훈이 남긴 궤적 데이터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있었다. "이 궤적대로라면," 한도영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잔해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지훈 대원이 이동하려 했던 목적지일 수도 있고요." "거기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려요?" 철수가 물었다. "길잡이호로는 몇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한도영이 잠시 뜸을 들였다. "연료입니다. 왕복 항로와 예비분을 고려하면, 여유가 많지 않아요." 지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가야 해요.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어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한도영이 신중하게 답했다. "게다가 방금 통신 시도가 또 감지됐어요. 이번엔 본부가 아니라, 다른 발신원입니다. 정확한 출처는 확인이 안 되고요." 철수와 지은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모르겠습니다." 한도영의 얼굴에 처음으로 짙은 불안이 스쳤다. "다만 확실한 건, 저희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게 우주국 본부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세 사람은 짧은 회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 연료가 허락하는 한, 두 번째 좌표까지 이동하기로. 지은은 관측기지를 떠나기 전, 정지훈이 남긴 메모 패널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손끝으로 아버지의 글씨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녀는 그 순간을 눈에, 마음에 새겼다. "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요." 그녀가 낮게 속삭였다. "이번엔 제가 찾으러 갈게요." 길잡이호로 돌아가는 길, 철수는 지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헬멧 너머로도, 그녀의 눈빛에 담긴 결연함이 또렷이 전해졌다. 도킹을 해제하고 새로운 좌표를 향해 항로를 조정하는 동안, 계기판 한쪽에서는 정체불명의 통신 시도가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었다. 아직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신호였다. "받아볼까요?" 철수가 물었다. 한도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호에 함부로 응답했다가, 저희 위치만 더 정확히 노출될 수 있어요. 두 번째 좌표에 도착할 때까지는, 침묵을 유지합시다." 길잡이호는 다시 어둠 속으로 항로를 잡았다. 소행성대의 잔해들 사이로, 세 사람을 태운 작은 배가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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