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piad
🚀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14화. 신호원

2026. 7. 16. ·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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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까지 남은 거리가 두 자릿수 킬로미터로 좁혀지자, 길잡이호 안의 공기는 눈에 띄게 팽팽해졌다. 한도영은 조종석에 앉아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지은은 그 옆에서 신호 그래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신호가 규칙적으로 잡히고 있어요." 지은이 낮게 중얼거렸다. "정확히 47분 간격으로요." "태양광 패널이 재충전될 때마다 자동으로 짧게 송신하는 방식 같습니다." 한도영이 분석했다. "동력이 극히 제한적인 발신원이라는 뜻이죠." 철수는 관측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어둠 속을 응시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별빛과는 다른 희미한 반사광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거 맞아요?" 한도영이 정밀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화면에 서서히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상하네요." 그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섞였다. "이건... 비상 탈출 포드가 아닙니다. 훨씬 큽니다." 길잡이호가 서서히 접근하며 조명을 비추자, 정체가 드러났다. 낡고 찌그러진 금속 구조물—사람이 여럿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원통형 시설이었다. 표면 곳곳에 미세 운석에 긁힌 흔적과, 오래전에 색이 바랜 도색이 남아 있었다. "이건 우주국 소속 시설이 아니에요." 지은이 스캔 데이터를 확인하며 말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어떤 공식 기록에도 없어요." "무인 관측기지 같습니다." 한도영이 덧붙였다. "심우주 감시용으로 예전에 시험 운용됐던 실험 시설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어요. 오리온-X 프로젝트와 같은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비공식 운용됐을 수도 있고요." 지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럼 아버지가 저기에—"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철수가 외쳤다. "저기 봐요!" 구조물 외벽, 도킹 포트 근처에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 손으로 직접 긁어 새긴 듯한, 거칠지만 또렷한 글씨였다. 정지훈 — 아레스-3 선실 안에 정적이 흘렀다. 지은은 그 이름을 눈으로 몇 번이고 되짚었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제 아버지 필체예요." 그녀가 겨우 목소리를 냈다. "확실해요." 한도영은 길잡이호를 조심스럽게 구조물 옆에 접근시켰다. 도킹이 가능할지 판단하기 위해 스캐너로 구조물 내부의 대기압과 온도를 측정했다. "내부에 미세한 압력이 남아 있습니다. 완전히 진공은 아니에요." 그가 보고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누군가 안에서 밀폐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뜻이죠." 지은이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과 함께 어떤 결기가 차올랐다. 철수는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잡았다. "천천히 가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한도영도 잠시 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각오는 되셨습니까? 안에서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저희 셋 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좋은 소식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지은이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이제는 알아야 해요. 더 이상 모른 채로 살 수는 없어요." 한도영이 도킹 시퀀스를 시작했다. 낮은 진동과 함께, 길잡이호와 낡은 구조물의 연결부가 서서히 맞물렸다. 계기판에 도킹 완료 신호가 초록빛으로 들어왔다. "압력 균등화까지 3분 걸립니다." 한도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각자 우주복을 점검하세요. 내부 상태가 어떨지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서요." 철수는 우주복 장갑을 끼며 지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괜찮아요?" 철수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지은이 솔직하게 답했다. "11년 동안 상상만 해왔던 순간이에요. 근데 막상 눈앞에 오니까, 기대하는 게 두려워요. 만약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요." 철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엇을 발견하든, 우리 셋이 같이 마주할게요." 지은은 그 말에 옅게 고개를 끄덕이며, 헬멧을 천천히 눌러 썼다. 압력 균등화 완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해치 너머, 11년의 시간이 응축된 어둠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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