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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11화. 길잡이호

2026. 7. 16. ·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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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호'는 정거장이나 아리랑-7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좁았다. 세 사람이 겨우 몸을 뉠 수 있는 침상 두 개, 최소한의 조종석,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항법 장비가 전부였다. 철수는 첫날부터 팔꿈치를 몇 번이나 부딪히며, 이곳이 앞으로 몇 주간 자신의 세계 전부가 되리라는 걸 실감했다. "소행성대까지는 최소 3주 걸립니다." 한도영 기장이 항법 콘솔을 조정하며 말했다. "연료와 산소는 넉넉하게 실었지만, 여유롭지는 않아요. 낭비할 자원이 없습니다." "방사선은 괜찮은 거예요?" 철수가 물었다. 지구 저궤도와 달리, 이제 그들은 지구 자기장의 보호를 완전히 벗어난 진짜 심우주로 향하고 있었다. "길잡이호 선체에 다층 차폐재가 들어있긴 하지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기장이 담담하게 답했다. "선내에서도 차폐가 두꺼운 중앙 구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해요. 특히 태양 플레어 경보가 뜨면 즉시 이 구역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그는 벽면의 캡슐형 장치를 가리켰다. 사람이 눕기에 딱 맞는 크기의, 매끈한 금속 캡슐 세 개였다. "장거리 구간에서는 교대로 파셜 하이버네이션, 부분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신진대사를 최소화해서 방사선 피폭과 자원 소모를 줄이는 방식이에요. 완전한 수면과는 다릅니다. 의식은 거의 없지만, 신체 기능은 최소한으로 유지돼요." "위험하진 않아요?" 지은이 물었다. "정식 인증된 기술입니다. 다만—" 기장이 잠시 말을 골랐다. "깨어난 직후엔 방향감각 상실, 근력 저하가 며칠간 이어질 수 있어요. 서로 교대로 들어가면서, 항상 한 명은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그게 안전 수칙입니다." 식량과 산소 배급도 엄격하게 관리됐다. 하루 두 끼, 정량으로 포장된 압축식. 물은 재활용 시스템을 거쳐 순환됐고, 산소 농도는 매시간 자동으로 점검됐다. 철수는 계기판에 표시되는 숫자들—산소 잔량, 이산화탄소 농도, 배터리 잔량—을 보며, 이 작은 배가 세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정교하게 지탱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긴장되세요?" 지은이 좁은 침상 옆에 앉으며 물었다. "솔직히요, 좀요." 철수가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예전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마음이 편해요. 그때는 뭘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하루하루를 버텼거든요. 지금은... 적어도 뭘 찾고 있는지는 확실하잖아요." 지은은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웃었다. "저도 그래요. 11년 동안 혼자 이 짐을 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니까." 그녀가 창밖—작은 관측창 너머의 어둠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가끔은 이 모든 게 꿈처럼 느껴져요. 아버지의 흔적을 찾으러 진짜로 이렇게 멀리까지 올 줄은 몰랐거든요."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좁은 선실 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 무렵, 지구에서는 세 사람의 부재가 서서히 감지되고 있었다. 아르테미시아 기지 관리부는 예정된 귀환 일정에 한도영 기장과 승객 두 명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주국 본부에 보고했다. 정식 임무 기록에 없는 탐사정 '길잡이호'의 무단 발진 로그도 함께였다. 우주국 심우주탐사본부의 한 사무실,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은 그곳에서, 누군가 그 보고서를 조용히 읽고 있었다. 화면 속 세 사람의 이름—한도영, 박지은, 김철수—을 확인한 그녀의 손끝이, 아주 잠시 멈췄다. "...하필, 지금." 그녀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별도의 보안 회선으로 전화를 걸었다. 화면 너머로 낯선 번호가 연결을 기다리는 신호음만 길게 이어졌다. 길잡이호 안, 철수는 처음으로 하이버네이션 캡슐에 들어갈 차례를 맞았다. 캡슐 뚜껑이 서서히 닫히기 직전, 그는 지은과 눈이 마주쳤다. "잘 다녀올게요." 철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어디 가는 것도 아니면서." 지은이 픽 웃었다. "잘 자요, 철수 씨. 깨어나면 제가 옆에 있을게요." 캡슐 내부에 차가운 안개 같은 것이 서서히 차오르며, 철수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마지막으로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캡슐 유리 너머로 자신을 지켜보는 지은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마음에 새기며,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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