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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실의 그 사람 · snow

제 5화. 취중진담과 아슬아슬한 도발

2026. 7. 21. ·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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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이 서진의 하얀 얼굴 위로 차갑게 부서졌다. 시우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게 밤공기를 갈랐다. '그 이유를 네 입으로 직접 풀게 될 거'라는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칠 년 동안 칼을 갈아온 사내의 집요한 선고와도 같았다. 서진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누르며 간신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대표님, 술이 과하셨거나 피곤하신 모양입니다. 지난 과거의 일 따위에 얽매이기엔 지금 저희가 맡은 업무가 너무 중대합니다만.” “과거?” 시우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서자 서진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고, 등 뒤에 주차된 세단 차체에 가볍게 부딪혔다. 완벽한 퇴로 차단이었다. “넌 그게 고작 지나간 과거야? 나한테는 지난 칠 년이 매일 밤 지옥이었는데.” 시우의 목소리에 서려 있던 냉소가 순식간에 뜨겁고 아픈 절규로 변해 스쳐 지나갔다. 그 상처의 깊이를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서진은 숨이 턱 막혔다. 입술을 달싹이며 뭐라고 반박하려던 찰나, 멀리서 수행 기사가 차를 몰고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환히 비췄다. 시우는 순식간에 표정을 지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듯한 대표이사의 얼굴로 돌아왔다. “타지.” 짧은 명령과 함께 시우가 먼저 뒷좌석에 올라탔다. 서진은 조수석에 올라타며 백미러로 비치는 시우의 시선을 피하려 애썼다. 차 안은 사방이 꽉 막힌 밀폐된 공간이었고, 거대한 긴장감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다음 날 아침, 비서실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수석 비서님! 큰일 났어요. 대표실에서 아침부터 전사 임원진 긴급 회의 소집하래요. 안건도 안 주고 무조건 30분 뒤에 다 모이랍니다!” 다은이 패블릿을 안고 허겁지겁 뛰어오며 소리쳤다. 서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8시 30분. 출근하자마자 터진 기습 회의였다. ‘또 시작이네. 내 멘탈을 흔들어놓으려고 작정을 했어.’ 서진은 숨을 한번 고르고 곧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이미 각 부서 임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불려 와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상석에는 시우가 다리를 꼰 채 차가운 눈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서진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우의 시선이 잠시 서진에게 머물렀다가 이내 회의실 전체를 훑었다. “다들 모였습니까?” 시우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서늘했다. “오늘 이 자리를 급하게 소집한 건, 다름이 아니라 이번 분기 비서실 및 전략기획실의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회장실 수석 비서의 권한과 역할을 대폭 확대해, 앞으로 모든 주요 부서의 최종 결재와 크로스 체크를 수석 비서의 손을 거치게 할 겁니다.” 회의실렁이듯 술렁였다. 임원들은 갑작스러운 권한 집중화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서진에게 엄청난 업무 폭탄이 떨어지는 동시에, 회사의 모든 실권을 쥐게 되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타깃은 명백했다. 서진을 도망칠 수 없는 거대한 업무의 감옥에 가두고, 하루 종일 자신의 눈앞에서 굴리겠다는 시우만의 치밀한 복수극이자 밀착 마크였다. 임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대표님, 수석 비서 한 명에게 너무 많은 권한과 업무가 몰리는 것 아닙니까? 효율성 측면에서…….” “효율성?” 시우가 차갑게 웃으며 임원을 똑바로 응시했다. “우리 회장실 십 년 차 수석 비서 한서진 씨의 능력이라면, 그 정도 일은 눈 감고도 남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서진 씨?” 시우의 시선이 고스란히 서진에게 박혔다. 회의실 안의 모든 이목이 일제히 서진에게 집중되었다. 서진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꽉 움켜쥐었다. 피를 말리려는 시우의 유치하고도 잔인한 도발. 하지만 여기서 흔들리면 끝장이다. 서진은 자리에서 반듯하게 일어나, 임원들을 향해 그리고 시우를 향해 완벽하고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대표님. 완벽하게 처리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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