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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실의 그 사람 · snow

제 11화. 선을 넘는 질투

2026. 7. 22. ·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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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손 놓으십시오, 제발……!” 로비를 메운 수십 명의 임직원들의 시선이 두 사람의 겹쳐진 손목에 모 박히듯 쏠렸다. 서진은 얼굴이 화끈거리다 못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손목을 빼내려 온 힘을 다해 비틀었지만, 시우의 아귀힘은 단단한 쇠사슬처럼 단단했다. 시우는 주변의 경악 섞인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서진의 손목을 더 바싹 당겨 제 곁에 세웠다. “비서실로 올라가지.” 그는 서진을 거의 끌다시피 하여 전용 엘리베이터로 밀어 넣었다. 닫히는 틈새로 눈이 휘둥그레진 다은과 멍하니 입을 벌린 임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콰앙!’ 대표실 문이 닫히기 무섭게 서진은 마침내 시우의 손을 거세게 뿌리쳤다. 반동으로 밀려난 서진은 붉게 자국이 남은 제 손목을 그러쥐며 씩씩거렸다. 평소의 포커페이스는 온데간데없이 눈에 독기가 바짝 올라 있었다. “대표님!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이게 무슨 짓이에요! 사내 루머를 잠재우기는커녕 기름을 부으시면 어떡합니까!” “기름을 부어?” 시우가 수트 재킷의 단추를 가볍게 풀며 차가운 눈으로 서진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찌라시 하나에 벌벌 떨면서 내 눈앞에서 사직서라도 던지고 도망치려 했던 건 너잖아.” “도망이 아니라 회사와 대표님의 명예를 위한……!” “내 명예는 내가 챙겨!” 시우가 책상을 탕 소리가 나도록 내리쳤다. 갑작스러운 포효에 서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시우는 성큼성큼 다가와 서진의 눈앞에 바짝 다가섰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은 분노와 상처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네가 날 위해서 사직서를 쓰고 떠난다? 웃기지 마, 한서진. 넌 그냥 나한테서 도망칠 구실이 필요했던 것뿐이야. 칠 년 전에도 날 위해 헤어진다고 개소리해 놓고, 이번에도 '대표님 명예를 위해' 사직서를 던져? 두 번은 안 속아. 네가 죽어도 내 비서실에서 죽어. 내 눈앞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 “강시우 씨!” 서진의 입에서 직함이 아닌 본명이 튀어나왔다. 칠 년 만에 불러보는 이름이었다. 시우의 눈매가 미세하게 떨렸다. 서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시우의 가슴팍을 찌르듯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당신 정말 유치하고 이기적이야. 당신이 던진 그 한마디 때문에 내가 사내에서 어떤 눈총을 받게 될지 생각은 해봤어? '대표 꼬신 비서', '낙하산 낙인 찍힌 수석 비서'…… 내가 십 년 동안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모든 커리어가 당신 감정 놀음 하나에 짓밟혔다고!” 서진의 눈가에 마침내 서러운 물기가 고였다. 단 한 번도 일에 있어서 흠을 잡힌 적 없었다. 남자 비서들의 견제 속에서 여성 수석 비서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밤을 지새우며 악착같이 버텼는데. 그 노력이 단 한순간에 '대표와의 사적 관계'라는 프레임에 갇혀 희화화되는 것이 너무나 비참하고 억울했다. 서진의 눈물을 본 시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뻗으려던 손이 공중에서 멈칫했다. “……그딴 소리 나오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잖아. 누구든 너한테 손가락질하면 내가 전부 치워버릴 테니까…….” “그게 더 비참하다는 걸 몰라요?” 서진은 눈물을 쓱 닦아내며 차갑게 선을 그었다. “대표님의 그 오만함이 절 제일 힘들게 합니다. 오늘 밤까지 업무 정리해서 서면으로 제출하겠습니다. 인사발령을 내시든 사직서를 수리하시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서진은 더 이상 시우의 대답을 듣지 않고 대표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점심시간, 사내 식당은 물론이고 비서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서진이 지나갈 때마다 귓속말을 주고받는 직원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서진은 꿋꿋하게 고개를 들고 제 자리를 지켰다. 그때, 비서실로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한 수석님, 계십니까?” 단정한 서류 봉투를 든 남자는 기획조정실의 이태성 팀장이었다.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능력을 인정받아 차기 이사 후보로 거론되는 인재이자, 깔끔한 매너로 사내에서도 평판이 좋은 인물이었다. “아, 이 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자, 이 팀장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건넸다. “이번 신규 사업 관련 법률 검토서입니다. 원래는 오후에 올려드리려 했는데, 아침에 고생 많으셨다는 소문이 들려서요. 자판기 캔커피라도 한 잔 사드릴까 하고 왔습니다.” 이 팀장은 사내 루머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평소처럼 서진을 완벽한 동료이자 전문가로 대해주었다. 그 담담하고 다정한 태도에 서진의 경직되었던 마음이 조금 녹아내렸다. “감사합니다, 이 팀장님. 안 그래도 머리가 좀 아팠는데…….” “마침 1층 카페 테라스에 사람도 없던데, 10분만 머리 식히러 가실래요? 제가 쏘겠습니다.” 서진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의 숨 막히는 감시망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숨을 쉴 창구가 필요했다. “좋습니다. 가시죠.” 두 사람이 웃으며 비서실을 나서는 모습을, 대표실의 투명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가 피가 나도록 주먹을 쥐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서진은 알지 못했다. 1층 테라스 카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서진은 비로소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 팀장님 덕분에 살았네요. 다들 절 무슨 구경거리 보듯 해서 힘들었는데.” “신임 대표님이 워낙 파격적이신 분이라 그렇습니다. 한 수석님이 실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건 아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 팀장이 친절하게 커피 뚜껑을 열어주며 말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한 수석님 일하시는 모습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괜찮으시면, 회사 밖에서 편하게 저녁이라도 한 끼…….” 이 팀장의 명백한 호의이자 대시였다. 서진이 당황하여 대답을 주저하던 바로 그 순간, 테라스 쪽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기획조정실 이태성 팀장.” 낮고 사나운 목소리. 얼음물이 쏟아진 듯 테라스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서진과 이 팀장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수트 상의를 벗어 던진 채,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강시우가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이 팀장을 씹어 삼킬 듯 이성을 잃은 질투로 타오르고 있었다. “대표님? 이 시간에 테라스엔 어쩐 일로…….” 이 팀장이 당황하여 일어서려 하자, 시우는 이 팀장을 완전히 무시한 채 서진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까 로비에서보다 훨씬 더 거칠고 강압적인 손길이었다. “업무 시간에 딴청 피울 여유가 있나 보지, 한 수석?” “대표님! 이 팀장님과 업무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이 손 놓으세요!” 서진이 반발했지만, 시우는 서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시우는 이 팀장을 향해 서늘한 경고를 날렸다. “이 팀장, 기획조정실 다음 분기 기획안 재검토해. 부실하면 팀 전체 감사 들어갈 테니까. 그리고 내 비서실 수석한테 사적인 작업 걸 시간에 본인 업무나 제대로 해.” “대표님, 그건 너무 과하신……!” 이 팀장이 항의하려 했지만, 시우는 이미 서진을 강제로 끌고 비서실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려 들어간 서진은 분통이 터져 시우의 가슴팍을 세게 밀쳤다. “강시우! 당신 미쳤어? 이 팀장님이 나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일을 그따위로 처리해! 사적인 질투 때문에 회사 일을 이따위로 할 거야?” ‘사적인 질투.’ 그 단어가 터져 나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시우가 서진의 양팔을 잡고 엘리베이터 벽면으로 매섭게 밀어붙였다. 좁은 공간 안, 시우의 거친 숨소리가 서진의 얼굴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 그래, 미쳤어.” 시우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일렁였다. “다른 남자가 너한테 웃어주고, 네가 그 남자 앞에서 편하게 미소 짓는 꼴 보니까 미쳐버릴 것 같아. 질투? 맞아, 질투야. 나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어, 한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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