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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두 스푼의 거리 · snow

6화. 카페 밖에서

2026. 7. 22. ·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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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말 오후, 서연은 오랜만에 쉬는 날을 맞아 동네 서점에 들렀다. 평일에는 늘 카페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쉬는 날 여유롭게 서가를 둘러보는 이 시간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졌다. 평소 즐겨 읽는 에세이 코너를 둘러보던 중, 낯익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남색 재킷, 살짝 헝클어진 머리. 서연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설마.'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역시나 지훈이었다. 카페가 아닌 곳에서 그를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낯선 공간에 서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새롭게 느껴졌다. 앞치마도, 카운터도 없이 마주하는 지훈의 모습은 평소보다 조금 편안해 보였다. "지훈 씨?" 서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책을 고르던 지훈이 놀란 얼굴로 돌아보았다. "어, 서연 씨! 여기서 다 만나네요." 지훈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서연은 괜히 마음이 들뜨는 걸 느꼈다. "저 원래 여기 자주 와요. 지훈 씨도 서점 다니시는구나." "네, 책 사러 가끔 들러요. 오늘은… 다음 작업에 필요한 자료 좀 찾으러 왔어요." 카페에서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평소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짧게 나누던 대화와 달리, 지금은 아무런 경계 없이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낯설면서도 설레었다. "손님도 아니고 바리스타도 아닌 채로 만나니까 뭔가 이상하네요." 서연이 웃으며 말하자, 지훈도 따라 웃었다. "그러게요. 근데 이렇게 만나니까 더 반가운 것 같아요." "저도요. 뭔가… 진짜 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 말을 뱉고 나서 서연은 살짝 아차 싶었다. 친구라는 표현이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달리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2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란히 서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훈이 손에 든 책들을 살펴보던 서연이 문득 물었다. "이런 책들도 참고하시는구나. 소설 쓰실 때 자료 조사도 많이 하시나 봐요." "네, 배경이 되는 시대나 장소에 대해 미리 좀 알아둬야 해서요. 사실 이번 작품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천문학 관련 책도 꽤 많이 봤어요." "우주요? 신기하다. 어떤 이야기인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완성되면 보여드린다고 했잖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지훈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서연도 마주 웃으며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저는 그냥 에세이나 짧은 소설 읽는 걸 좋아해요. 카페 일 하면서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정도로." "그럼 이 책 어때요? 요즘 나온 건데, 짧은 에세이 모음집이에요." 지훈이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 건넸다. 서연은 표지를 살펴보다가 문득 두 사람이 이렇게 취향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고마워요. 한번 읽어볼게요." "다 읽고 나면 감상 들려주세요. 저도 궁금하니까." "그럼 저도 지훈 씨한테 추천해드릴게요. 잠깐만요." 서연이 옆 서가로 이동해 평소 좋아하던 단편집 한 권을 꺼내 왔다. "이거 진짜 좋아요. 짧은 이야기들인데 여운이 오래 남아서, 글 쓰실 때 참고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오, 정말요? 그럼 저도 꼭 읽어볼게요." 지훈이 책을 받아 들며 밝게 웃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책을 권하는 짧은 순간이, 서연에게는 그 어떤 대화보다도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 같았다. 서점 안을 함께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연은 카페에서와는 또 다른 편안함을 느꼈다. 손님과 바리스타라는 관계의 틀을 벗어나니, 그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두 사람이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근데 신기하다. 우리 매일 카페에서 보는데, 정작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네요." 지훈의 말에 서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늘 카운터 너머로만 봤으니까요. 이렇게 나란히 걷는 것도 처음이고요." "앞으로 종종 이렇게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상한 말일까요?" 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연은 순간 심장이 크게 뛰는 걸 느꼈다. "아니요,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지만, 어색하지 않은 따뜻한 침묵이었다. 서가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3 서점을 나서며, 지훈이 문득 물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근처에 괜찮은 카페 있는데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아, 서연 씨한테 커피 얘기하는 게 좀 웃기긴 한데." 지훈의 말에 서연이 소리 내어 웃었다. "저도 쉬는 날엔 다른 카페 가는 거 좋아해요. 좋아요, 가요."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근처 작은 카페로 향했다. 평소 서연이 커피를 만들어주던 입장이었다면, 오늘은 지훈이 커피를 사겠다며 먼저 나섰다. 그 작은 역할의 변화가 서연에게는 묘하게 새롭고 즐거웠다. 카페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두 사람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놓았다. 어릴 적 이야기, 좋아하는 음악, 각자의 꿈에 대해서. 서연은 지훈이 예전에는 회사원이었다가, 몇 년 전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프리랜서 작가의 길을 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어요. 안정적인 직장 놔두고 왜 그러냐고." "그런데도 결심하신 거예요?" "네. 계속 미루다가는 평생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물론 지금도 매달 통장 잔고 보면서 한숨 쉴 때도 많지만요." 지훈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서연은 그 웃음 뒤에 숨은 진심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대단하시네요." "쉽지 않았죠. 지금도 늘 불안하고요. 근데 서연 씨가 매일 응원해주니까, 요즘은 좀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지훈의 말에 서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짧은 문장 하나가, 그동안 쌓아온 작은 순간들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매일 건네던 커피 한 잔이, 사소한 안부 인사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서연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저야말로 지훈 씨 덕분에 매일 오후 세 시가 기다려졌어요. 그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오늘에서야 제대로 말하는 것 같네요." 서연의 말에 지훈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두 사람은 카페를 나서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헤어졌다.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엔 서연 씨가 좋아하는 곳도 소개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지훈이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연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카페 밖에서 만난 오늘 하루가, 지금까지의 어떤 오후 세 시보다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서연의 입가에는 좀처럼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지훈이 추천해준 책을 펼쳐 들었다. 첫 페이지를 읽는 동안에도 오늘 하루의 장면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란히 서가를 걷던 순간, 서로 책을 권하던 순간, 그리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던 마지막 순간까지. 카페라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 만난 오늘 하루가, 두 사람의 관계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어준 것 같았다. 서연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지훈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즐거웠어요. 책 읽고 나면 감상 꼭 들려드릴게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저도요. 다음에 또 이렇게 만나요.' 짧은 문장 하나에 서연의 마음이 다시 한번 일렁였다. 창밖으로 노을이 완전히 저물어가는 걸 바라보며, 서연은 오늘 하루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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