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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9화. 기장의 고백

2026. 7. 15. ·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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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실 안, 세 사람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콘솔 화면에는 여전히 정지훈의 마지막 교신 기록이 떠 있었다. 한도영은 빈 의자를 끌어와 지은과 철수 맞은편에 앉았다. 11년 만에 처음으로, 그가 진실을 말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리온-X는 제가 속했던 관제팀의 상급 부서에서 비밀리에 추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상 개입 없이도 스스로 판단해 궤도를 수정하는 자율 항법 시스템. 화성처럼 통신 지연이 큰 임무에서는 혁신적인 기술이 될 거라 믿었죠." "그런데 검증도 안 된 채로 아버지 배에 실었다는 거예요?" 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식 승인 절차를 건너뛴 시험 탑재였습니다. 극비리에요." 기장의 눈이 어두워졌다. "저는 그 사실을 발사 이틀 전에야 알았습니다. 항의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어요." "그럼 그날—" 철수가 조심스레 물었다. "궤도 진입 중, 오리온-X가 잘못된 판단으로 추진 계통에 임의 명령을 내렸습니다. 저희는 그걸 실시간으로 지켜봤어요. 정지훈 대원이 수동 제어로 전환하려 했지만, 시스템이 그 권한마저 일시적으로 잠가버렸습니다." 기장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력하게 지켜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지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럼 아버지는... 정말 돌아가신 거예요?" "그게—" 기장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습니다. 통신이 끊기기 직전, 정지훈 대원은 비상 탈출 포드 발사를 시도했습니다. 화성 궤도 진입 전, 소행성대 방향으로요. 저희 관제팀은 그 신호를 마지막으로 포착했지만, 이후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기지 근처에서 잡힌 신호는요?" 지은이 물었다. "아버지 암호 패턴이랑 일치했던 그 신호는—" "저도 그 보고를 받았습니다." 기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 채널로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어요. 오리온-X 사건 자체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저는 그 신호의 발신 방향을 계속 추적해왔습니다." 그는 콘솔을 조작해 새로운 창을 띄웠다. 항법 좌표가 담긴 그래프였다. "이 궤적을 보면, 신호는 소행성대 인근의 특정 구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치... 표류하는 물체가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모아, 일정 주기마다 짧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요." 지은의 손이 떨렸다. "그 말은, 포드가 아직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11년입니다. 생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하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침묵이 서버실을 채웠다. 철수는 지은의 표정에서 슬픔과 희망이 동시에 소용돌이치는 걸 지켜보았다. "왜 이제야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지은이 물었다. 원망이라기보다는, 순수한 질문에 가까웠다. "두려웠습니다." 기장이 솔직하게 답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오리온-X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모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지은을 바라보았다. "당신에게, 희박한 희망을 함부로 심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확실하지도 않은 채로." "그럼 지금은요? 왜 지금은 말씀하시는 거예요?" 기장은 잠시 철수와 지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두 분이 여기까지 온 걸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진실을 덮어두는 것과,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라도 마주하게 해주는 것 중, 저는 11년 동안 계속 틀린 쪽을 선택해왔다는 걸요." 지은은 콘솔 화면 속 좌표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점차 단단해지고 있었다. "기장님."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좌표로, 저를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한도영은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침묵이었다. 거절이 아니라, 각오를 다지는 침묵이었다. "그건...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생각해보겠습니다." 창밖—이 아니라 모니터 속 지구가, 여전히 저 멀리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철수는 이 여행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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