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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2화. 발사 전 마지막 관문

2026. 7. 15. ·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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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열흘 전, 철수는 훈련동에서 발사장 인근의 격리동으로 숙소를 옮겼다. '검역'이라는 절차였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의 병원체를 궤도로, 혹은 반대로 옮기지 않도록 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했다. "열흘 동안 외부인 접촉은 금지됩니다. 가족 면회도 유리벽 너머로만 가능해요." 담당 의료진의 설명에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배웅해 줄 사람은 부모님뿐이었고, 이미 공항에서 눈물 젖은 작별을 마친 뒤였다. 격리동의 하루는 단조로웠다. 아침마다 채혈과 체온 측정, 오후에는 시뮬레이터 훈련, 저녁에는 이론 교육. 그 사이사이 철수는 창문 너머로 우뚝 솟은 발사체 '아리랑-7호'를 바라보곤 했다. 흰색과 주황색으로 도색된 그 거대한 원통이, 열흘 뒤 자신을 지구 밖으로 던져 올릴 것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주복 피팅은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철수의 체형을 3D로 스캔한 뒤, 관절 부위 열두 곳의 가동 범위를 하나하나 맞춰야 했다. "압력복은 두 번째 몸이라고 생각하세요. 잘못 맞으면 열 시간 동안 손가락 하나 제대로 못 굽힙니다." 기술자의 말에 철수는 진지하게 팔을 뻗고 굽히기를 반복했다. 헬멧 바이저를 처음 내렸을 때, 좁아진 시야와 자기 숨소리만 들리는 그 고요함이 묘하게 무서웠다. 비상 상황 매뉴얼 교육은 더 무거운 시간이었다. 감압, 화재, 통신 두절, 긴급 귀환 절차까지. 교관은 담담한 목소리로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하나씩 짚었다.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낮은 확률'이 '없는 확률'이 아니에요." 철수는 그 말을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들었다. 아버지가 준 시계였다. 최종 브리핑실에서, 철수는 처음으로 한도영 기장을 만났다.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군더더기 없는 몸짓과 낮고 절제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브리핑을 진행하는 내내 시선은 정확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지은이 자기소개를 하며 이름을 말하는 순간, 그 시선이 아주 짧게, 그러나 분명하게 흔들렸다. "박지은... 씨." 기장은 그녀의 이름을 한 번 더 되뇌었다. 마치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름을 확인하듯이. 지은은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지만,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브리핑이 끝난 뒤, 철수가 조용히 물었다. "기장님이랑 아는 사이세요?" "아니요." 지은이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어느새 가방 속, 낡은 수첩이 있는 자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적어도, 저는 몰라요." 그 대답이 무슨 뜻인지 철수가 되묻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렀다. "발사 D-9. 모든 탑승 예정자는 내일 오전 여섯 시, 최종 적합 판정 검사에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창밖으로 발사체 주변에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는데도, 발사장은 잠들지 않았다. 철수는 문득 이 여행이 단순한 관광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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