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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뒤의 두 사람 · snow

제1화: 조명이 꺼진 자리

2026. 7. 15. ·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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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을 찢을 듯한 함성 소리가 거대한 돔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수만 개의 야광봉이 일제히 흔들리며 만들어내는 은하수 같은 물결, 그 중심에는 언제나처럼 그가 있었다. 강도윤. 데뷔 7년 차,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군림하는 대체 불가 톱스타. 무대 위의 도윤은 완벽했다. 흐트러짐 없는 군무, 폭발적인 라이브, 그리고 팬들을 향해 다정하게 휘어지는 눈웃음까지. 그는 대중이 무엇을 열광하고 무엇에 목마른지 정확히 아는 영악한 포식자이자, 기꺼이 그들의 환상을 충족시켜 주는 완벽한 우상이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조심히 들어가요!" 마지막 멘트와 함께 화려한 폭죽이 터지고, 무대를 밝히던 수십 개의 핀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암전. 그리고 무대 아래로 이어지는 리프트가 하강하기 시작한 바로 그 찰나였다. "하아…." 조금 전까지 팬들을 향해 눈부시게 웃고 있던 도윤의 입술 사이로 거칠고 탁한 숨결이 터져 나왔다. 땀에 젖은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린 그의 얼굴에는 다정함이라고는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매와 날 선 턱선, 극도의 피로감이 짓누르는 표정은 무대 위 ‘천사’ 강도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리프트가 완전히 바닥에 닿자마자, 도윤은 휘청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에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평소라면 스태프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겠지만, 강도윤이 무대 직후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혐오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함부로 몸에 손을 댔다가 그 자리에서 해고당한 매니저만 벌써 여러 명이었다. "물, 수건. 그리고 다 비켜." 도윤이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어두운 무대 뒤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시야가 점멸하듯 흔들렸다. 오늘따라 이명이 심했다. 불면증으로 인해 3일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운 탓이었다. 한 걸음, 두 걸음. 통로의 모퉁이를 돌려던 순간, 도윤의 발끝이 케이블 선에 걸렸다. '아, 젠장.' 몸이 속절없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시야에 들어오며 눈을 질끈 감으려던 찰나였다. "조심하십시오." 낮고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단단한 팔이 도윤의 허리와 어깨를 동시에 감싸 안았다. 반사적으로 뻗어온 누군가의 몸에 부딪힌 도윤은 간신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훅, 하고 미세한 섬유유연제 향과 함께 낯설지만 안정적인 체온이 닿아왔다. "……." 도윤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제 몸을 감싸 안은 불손한 스태프에게 불같이 화를 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올곧은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낯선 얼굴이었다. 검은색 볼캡을 푹 눌러쓰고 무채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 목에 걸린 스태프 명찰에는 '매니지먼트팀 한지우'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누구야, 너." 도윤이 미간을 좁히며 으르렁거렸다. 당장이라도 손을 뿌리칠 기세였지만, 이상하게도 허리를 받치고 있는 지우의 손길이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덜덜 떨리던 근육의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었다. "오늘부터 선배님 전담을 맡게 된 한지우입니다. 입사한 지는 6개월 되었습니다." 지우는 도윤의 날 선 반응에도 동요하지 않고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도윤이 완전히 중심을 잡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미련 없이 허리에 감았던 팔을 풀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태도에 도윤은 오히려 허탈함을 느꼈다. 평소라면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을 텐데'라며 쏘아붙였겠지만, 입술 사이로는 마른기침만 새어 나왔다. 지우는 말없이 도윤에게 차가운 생수병과 뽀송한 수건을 건넸다. 도윤이 즐겨 마시는 특정 브랜드의 생수, 그리고 향이 강하지 않은 무형광 수건이었다. 첫날 치고는 꽤나 완벽한 준비였다. "대기실까지 부축해 드릴까요, 아니면 혼자 걸으실 수 있겠습니까." 지우의 질문은 건방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굽실거리지도 않았다. 도윤은 땀을 닦아내며 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명 매니저 특유의 절박함이나, 톱스타를 대하는 환상 따위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눈빛이었다. "혼자 가. 길 안 잃어버리니까." 도윤이 수건을 거칠게 목에 두르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지우는 아무 말 없이 정확히 세 걸음 뒤에서 그의 그림자를 밟으며 뒤따랐다. 어둡고 서늘한 백스테이지의 복도. 멀리서 들려오는 팬들의 앙코르 연호 소리와 무대 장치를 철거하는 쇳소리가 뒤섞여 웅웅거렸다. 도윤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상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저 무심하고 조용한 존재감이,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자신의 신경을 묘하게 가라앉히고 있었다. 조명이 꺼진 무대 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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